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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현실적 쓰임 허용 범위

작성자 이상희 등록일 2024. 5. 14. 조회수 28

 지하철역 게이트 통과 때 들려주는 "행복하세요"라는 '명령형' 말투가 귀에 거슬려, 최근 서울교통공사에 민원을 넣었다가, 붙임과 같이 국립국어원의 "현실적인 쓰임" 관련 답변을 듣고, 공사 측의 무리한 국어농단이라 단정할 수 없기에 기꺼이 '매우만족'을 표시한 바 있습니다. 비록 어법에 맞지 않더라도 현실적인 쓰임이 있으면 괜찮다는 말씀인데, 말하자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언어 분야에서도 통용된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슬그머니 또 궁금해지는데요... 요즘 일상 대화 뿐 아니라 방송 매체 자막 등에도 흔히 등장하는 해괴한(?) "현실적인 쓰임"의 몇 가지 예를 주섬주섬 열거하오니, 다 괜찮은 것인지, 어느 것은 괜찮고 어느 것은 안 되는 것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염두에 두다 - 염두하다]; [나름대로 - 나름(부사적 용법)]; [보인다 - 보여진다]; [생각된다 - 생각되어진다]; [소개하다 - 소개시키다] 끝.


* 붙임:

 - 민원 내용 = [언제부터인지 지하철 드나들며 교통카드 댈 때 "행복하세요"라는 인삿말(?)을 들려주는데, 형용사에 명령형이나 청유형을 쓰는 것은 우리말 문법이나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이라 듣기에 참 거북살스럽다. 영어의 "Be happy."를 그대로 번역한 것 같은데, 국어를 그토록 우습게 봐서야 되겠는가? 가령, "아름다우십시오" 또는 "용감합시다" 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다. 굳이 쓰려면, "행복하게 지내세요."라든가 "행복하게 사십시오."라고 하는 게 맞다. 지하철 운영사 내부에 그런 걸 지적하거나 바로잡아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무지라기보다는 무성의, 무관심의 소치로 보여 씁쓸하다.]

 - 답변 내용 = [고객님 안녕하세요? 귀하께서 고객의 소리를 통해 문의하신 민원에 대한 검토 결과를 다음과 같이 알려드립니다.

고객님은 “행복하다”가 형용사 이기에 명령형을 쓰는 것은 어법에 맞지 않으므로, 현재 지하철 게이트에서 송출되는 “행복하세요”라는 멘트를 “행복해 지세요” 등으로 변경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을 주셨는바, 서울교통공사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드립니다.

1. 서울교통공사는 경로우대용카드를 이용한 부정승차 예방을 위해 현재 지하철 게이트 통과 시 “행복하세요”라는 멘트를 송출하고 있습니다.

2. 해당 멘트를 선정함에 있어 고객님께서 지적해 주신바와 같이 “행복하다”가 형용사 이므로 “행복하세요”라는 명령형의 멘트를 송출하는 것은 부적당하다는 내부검토도 있었습니다.

3. 그러나, 국립국어원의 2022.12.5. 유사 사안에 대한 답변을 보면 “건강하라”, “충실해라”, “조용하라” 등의 경우 형용사이지만 기원이나 소망을 나타내는 현실적인 쓰임이 있는 경우는 명령형이 허용될 수 있다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4. 서울교통공사는 이러한 사안을 참고하여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행복하세요”라는 멘트를 선정하게 되었음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추가로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서울교통공사 수송운영처 수송계획팀(02-6311-9568)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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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표현

답변자 온라인 가나다 답변일 2024. 5. 16.

안녕하십니까?

문법적 판단은 학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이곳에서 표현의 정오를 판단해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이 점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언어는 변화한다는 특성으로 말미암아 학계에서는 언어의 현실적 특성을 어떻게 풀이할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행복하세요'와 같은 표현도 이러한 논의 대상 중 하나입니다. 제시하신 표현 역시 국립 국어원에서는 앞엣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만 '염두하다'를 제외하면 뒤엣것을 무조건 틀린 것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명사 '나름'이 부사어로 쓰이는 것이 문법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고, '소개시키다'는 '소개하다'에 사동의 의미를 드러내고자 쓴 것이라면 문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표현이라는 점 참고하시기 바라며, 아울러 피동사에 '-어지다'를 결합하여 쓴 것을 자동사에 '-어지다'가 결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 또는 피동사만 썼을 때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고 해석하는 견해 등이 있음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유의 표현 해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문법서 및 논문 등을 두루 살펴보실 것을 권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