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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항표준 발음법은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르되,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해설 표준어의 발음법에 대한 대원칙을 정한 것이다.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른다’라는 근본 원칙에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표준어의 실제 발음에 따라 표준 발음법을 정한다는 것은 표준어의 규정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다. 표준어 사정 원칙 제1장 제1항에서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표준 발음법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의 발음을 표준어의 실제 발음으로 여기고서 일단 이를 따르도록 원칙을 정한 것이다. 예컨대 ‘값[價]’에 대하여 ‘값, 값만, 값이, 값을, 값에’ 등은 [갑, 감만, 갑씨, 갑쓸, 갑쎄] 등으로 서울말에서 발음되는데, 바로 이러한 실제 발음에 따라 표준 발음을 정한다는 것이다.(제14항 참조.) 또 하나의 예를 보이면, 겹받침 ‘ㄺ’의 발음은 체언의 경우 ‘닭이[달기], 닭을[달글]’ 등과 같이 모음 앞에서 본음대로 ‘ㄺ’을 모두 발음하지만 ‘닭도[닥또], 닭과[닥꽈]’ 등과 같은 자음 앞에서는 ‘ㄹ’을 탈락시키면서 ‘ㄱ’만을 발음하는데, 용언의 경우에는 환경에 따라 ‘ㄺ’ 중에서 발음되는 자음을 달리한다. ‘늙다’를 예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 ① 늙은[늘근]
  • 늙으면[늘그면]
  • 늙어[늘거]
  • ② 늙고[늘꼬]
  • 늙거나[늘꺼나]
  • 늙게[늘께]
  • ③ 늙소[늑쏘]
  • 늙더니[늑떠니]
  • 늙지[늑찌]
즉, ①과 같이 모음으로 시작된 어미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본음대로 ‘ㄺ’을 모두 발음하고, ②와 같이 ‘ㄱ’으로 시작된 어미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ㄹ’만을 발음하며, ③과 같이 ‘ㅅ, ㄷ, ㅈ’으로 시작된 어미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ㄱ’만을 발음하는 것이 현대 서울말의 실제 발음이다. 이 실제 발음을 그대로 표준 발음으로 정하는 것이다.(제11항 참조.)

그런데 현대 서울말에서조차 실제의 발음에서는 여러 형태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러한 경우에는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표준 발음을 정한다는 조건을 이어서 제시하였다. 예컨대 서울의 어떤 젊은이나 어린이는 소리의 길이를 구별하지 않고서 ‘밤[夜]과 ‘밤[栗]’을 모두 짧게 발음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장년층 이상에서는 소리의 길이를 인식하면서 구별하여 발음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소리의 높이나 길이를 구별해 온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표준 발음법에 소리의 길이에 대한 규정을 포함시키게 하였다.(제6항 참조.) 국어의 전통성을 고려하여 정한다는 조건 이외에 다시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것은 한글 맞춤법의 규정에서 어법에 맞춘다는 것과 맞먹는 조건이다. 말하자면, 국어의 규칙 내지는 법칙에 따라서 표준 발음을 합리적으로 정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긴소리를 가진 단음절(單音節) 용언 어간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모음으로 시작된 어미와 결합되는 경우에 짧게 발음한다. 이는 지극히 규칙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짧게 발음하는 어법을 규정화하여 표준 발음법을 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알고[알ː고], 알아[아라]’와 같이 ‘곱다[곱ː따], 고와[고와]’가 표준 발음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에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면 ‘다만’으로 규정하였는데, 이는 실제 발음을 따르면서 어법상의 합리성을 고려한 것이다.(제7항 참조.)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르되 합리성을 고려하여 표준 발음법을 정함에는 어려움이 있을 경우도 있다. 예컨대 ‘맛있다’는 실제 발음에서는 [마싣따]가 자주 쓰이나 두 단어 사이에서 받침 ‘ㅅ’을 [ㄷ]으로 발음하는 [마딛따]가 오히려 합리성을 지닌 발음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마딛따]를 원칙적으로 표준 발음으로 정하되, [마싣따]도 표준 발음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제15항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