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인 상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 사람들은 입으로는 한국말을 하며, 눈으로는 한글을 읽고 쓴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국어 정보 자료를 전산 처리함에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컴퓨터에서 실현될 문자의 확립이며, 이러한 문자 가운데에서 한글 문자가 가장 큰 비중을 갖는다. 한국 사람들이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에서의 한글 사용 환경이 좀더 확대되고 그 입출력 방법도 더욱 편리하게 구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의 자판(키보드)에는 “한/영”, “한자” 글쇠(키)가 추가되어 있어서 한글과 영문을 번갈아 입력하려고 할 때는 “한/영” 글쇠를, 한자를 입력하려고 할 때는 “한자” 글쇠를 눌러 주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 문제도 이전의 자판에서는 개별 프로그램이 규정한 한글과 영문 전환 방법을 별도로 알고 있어야만 했던 것이다.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이지만,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한글보다 영어를 더 우선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컴퓨터 명령어가 영문으로 되어 있기 때문인데, 앞으로는 이러한 명령어가 한글로 표현되도록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컴퓨터를 조작하기 위해서 우리의 언어가 아닌 영어를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는 제약이 영구히 지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문제가 아니라 언젠가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면 영문 명령어의 한글화와 그 사용이 이제는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국어 정보 처리와 관련된 컴퓨터 사용은 이제는 더 이상 영어에 익숙해 있는 일부 전문인들의 독점물이 되어서는 안 되며 한글을 아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처럼 컴퓨터 명령어를 한글화하는 작업에 있어서 그 적절한 어휘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어학자들의 조언이나 검토가 있어야만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명령어의 한글화 작업에 부응하여 자판의 문자 표시도 현행 자판처럼 영문 표시가 주가 되고 한글 표시가 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용으로는 어디까지나 한글 표시가 주가 되고 영문 표시가 종이 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행 컴퓨터 체계는 모든 것이 영문 위주로만 되어 있어 한글은 덤으로 겨우 들어 있는 느낌을 금할 수 없는데, 이것은 우리 나라의 국적 있는 컴퓨터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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