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밤새지 마란 말이야? 밤새우지 말란 말이야?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텔레비전 광고 중에 “밤새지 말란 말이야”라는 문구가 나오는 컴퓨터 광고가 관심을 끌면서 이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말을 “밤새지 마란 말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왜 ‘밤새지 마란 말이야’로 말하는 사람이 생겼을까? ‘말란’과 ‘마란’의 혼동은 ‘말다’가 구어적인 명령형 어미 ‘-아라’, ‘-아’와 결합할 때 ‘-마라’와 ‘-마’로 줄어드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한글 맞춤법」 제18항에 따르면 ‘말아라’와 ‘말아’는 비표준어이고 ‘마라’와 ‘마’로 줄어든 형태가 표준어다.

(1) ㄱ. 수업 시간에는 떠들지 마라(←말-+-아라)
         ㄴ. 수업 시간에는 떠들지 마(←말-+-아)

이 규정은 ‘말다’와 ‘-아라’, ‘-아’가 결합할 때에 한정된다. 다른 어미와 결합할 때에는 ‘말-’이 ‘마-’로 줄어들지 않는다.

(2) ㄱ. 나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라(←말-+-으라)
         ㄴ.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말-+-아야) 한다.

(2ㄱ)은 ‘말-’에 문어적인 명령형 어미 ‘-으라’가 결합한 경우이고 (2ㄴ)은 연결 어미 ‘-아야’가 결합한 경우다. 이처럼 ‘말다’에 다른 어미가 결합할 경우에는 ‘말-’로 실현된다. 그러므로 ‘밤새지 말란(마란) 말이야’의 ‘말란(마란)’에 ‘-아라’나 ‘-아’가 들어 있으면 ‘마란’이 옳고 들어 있지 않으면 ‘말란’이 옳다고 할 수 있다.

‘말란(마란)’의 ‘-란’은 ‘-라고 하는’이 줄어든 말이다. ‘홍길동이라고 하는 총각’이 ‘홍길동이 총각’으로, ‘조용히 하라고 하는 말’은 ‘조용히 하란 말’로 줄어든다. 그런데 ‘말라(마라)고 하는’과 같은 구성에서는 ‘-아라’나 ‘-아’가 들어가는 일이 없다.

(3) ㄱ. “옷을 깨끗이 빨아라”라고 하는 말. / “옷을 깨끗이 빨아”라고 하는 말
         ㄴ. 옷을 깨끗이 빨라고 하는(→빨란) 말 / 옷을 깨끗이 빨라고 하는(→빨란) 말

(3)에서 알 수 있듯이 ‘-라고 하는’ 앞에는 ‘-아라’나 ‘-아’가 올 수 있지만 ‘-고 하는’ 앞에는 ‘-아라’나 ‘-아’가 오지 않는다. 따라서 ‘말란 말이야’는 옳지만 ‘마란 말이야’는 틀린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밤새다’라는 말 또한 옳은 표현이 아니다. ‘밤새다’는 ‘밤’이라는 명사와 ‘새다’라는 동사가 합성된 단어인데 이 중 ‘새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이고 ‘새우다’는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이다. 그런데 이 둘은 자동사·타동사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의 의도가 미칠 수 있는지의 여부에서도 차이가 있다.

(4) *철수는 친구와 밀린 이야기를 하느라고 일부러 밤이 새는 줄 몰랐다.

(5) 철수는 친구와 밀린 이야기를 하느라고 일부러 밤을 새웠다.

‘일부러’라는 의도를 나타내는 말을 넣어 보면 (4)에서 밤이 새는 것은 ‘철수’의 의도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지만 (5)에서 밤을 새우는 것은 ‘철수’의 의도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밤이 새다’와 ‘밤을 새우다’의 이러한 특성은 ‘밤새다’와 ‘밤새우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6) ㄱ. 철수는 밤새워 공부하느라 밤새도록 한 잠도 못 잤다.
     ㄴ. *철수는 밤새어 공부하느라 밤새우도록 한 잠도 못 잤다.

그러므로 “밤새지 말란(마란) 말이야”에서 ‘밤새다’는 컴퓨터에 몰두해서 잠을 자지 않는다는 광고의 내용으로 볼 때 ‘밤새우다’로 써야 옳은 표현이 된다.

이제 우리는 이 광고의 문구를 올바르게 고칠 수 있다. “밤새우지 말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