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의 어문 규범

‘카리브 해’와 ‘이슬람력’의 차이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외래어’는 원어대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관용을 인정하는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어에 따라 띄어쓰기가 결정된다. 그런데 외래어와 고유어·한자어 간의 띄어쓰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원칙이 나와 있지 않다. ‘외래어 표기법’에는 ‘프랑스 어’, ‘카리브 해’, ‘리오그란데 강’, ‘몽블랑 산’ 등이 예시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예들이 띄어쓰기의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프랑스 어’, ‘카리브 해’, ‘리오그란데 강’에 대한 해석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견해가 둘로 갈리기 때문이다.
    첫 번째 해석은 외래어와 일 음절 한자어를 띄어 쓰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의 원리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리오그란데강’과 같이 외래어와 일 음절 한자어를 붙여 쓸 경우에 혼동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외래어 표기법’의 ‘띄어쓰기’ 원리가 이와 같다면 ‘크리스트 교(敎)’, ‘러시아 인(人)’, ‘이슬람 력(曆)’ 등도 외래어와 일 음절 한자어를 띄어 쓰는 것이 온당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해석은 비자립적인 일 음절 한자어를 띄어 쓰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실, ‘교(敎)’, ‘해(海)’, ‘력(曆)’, ‘호(湖)’와 같이 비자립적인 일 음절 한자어를 앞말과 띄어 쓰는 것은 ‘띄어쓰기’의 기본 원리라고 할 수 있는 ‘한글 맞춤법 제2항’의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전제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외래어 표기법’에서 ‘바다, 섬, 강, 산’과 같은 지명의 표기 세칙을 특별히 언급하면서 ‘아라비아 해’와 ‘리오그란데 강’을 예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해’, ‘강’이 붙어서 만들어지는 지명이 많기 때문에 외래어의 구분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특별히 지명을 언급하여 외래어를 구분 지어 적도록 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명에 관한 한 ‘외래어 표기법’대로 외래어와 일 음절 한자어를 띄어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지명의 경우 일 음절 한자어를 띄어 써서 ‘아라비아 해’, ‘카리브 해’, ‘아마존 강’, ‘에베레스트 산’과 같이 적는다.
    언어명의 경우 ‘프랑스 어’, ‘이탈리아 어’ 등이 예시되었지만 지명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지명처럼 별도의 항목으로 다루어지지 않았으며 언어명은 지명에 비해서는 그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명에서는 ‘강’이나 ‘산’과 같이 자립적인 요소가 뒤에 오기도 하지만 ‘프랑스 어’의 ‘어’는 자립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프랑스 어’, ‘그리스 인’, ‘게르만 족’과 같은 언어명, 종족명은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하여 그 차이를 보였다.
    ‘이슬람력(Islam曆)’과 ‘디자인력(design力)’의 경우는 외래어와 일 음절 한자어를 띄어 쓰기 어려운 예이다. ‘이슬람 력’과 ‘디자인 력’으로 띄어 쓸 경우 두음 법칙에 따라 ‘이슬람 역’과 ‘디자인 역’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슬람 역’과 ‘디자인 역’으로 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외래어와 일 음절 한자어 중에서도 띄어 쓸 수 있는 것이 있고 띄어 쓰기 어려운 것이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적용하였다.

(1) 띄어 쓰는 경우: 지명
-. 카리브 해, 아칸소 주, 에베레스트 산, 미시간 호
(2)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되 붙일 수 있는 경우: 언어명, 종족명
-. 러시아 어/러시아어, 게르만 족/게르만족, 그리스 인/그리스인
(3) 붙여 쓰는 경우
-. 그레고리우스력, 디자인력, 디자인료, 알코올류(alcohol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