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기

‘삐끼’, ‘찌라시’

 

박용찬(朴龍燦) / 국립국어연구원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나 지방의 중소 도시 어디를 가건 적어도 한두 군데 정도는 번화가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번화가에는 으레 유흥가가 자리잡고 있다. 젊은 층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런 번화가로 몰려든다. 이번에는 유흥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일본어 가운데 한두 가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삐끼(히키)[ひき(引き)] → ① 끌기 ② 여리꾼, 호객꾼

유흥가가 몰려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우리가 부딪치게 되는 첫 번째 사람은 아마도 업소 앞에서 이상한 가발·가면을 쓰고 화려한 복장을 차려 입은 채 소리를 질러 지나가는 행인의 주목을 끌거나, 평범하고 말쑥한 복장을 차려 입고 행인에게 슬쩍 다가가 업소를 소개하는 ‘찌라시’를 하나씩 돌리는 사람들일 것이다. 특히, 후자를 가리켜 젊은 층에서는 ‘삐끼’라 한다. 그 지역의 유흥가를 처음 가는 사람은 대개 ‘삐끼’가 인도하는 업소에 들러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삐끼’라는 말은 요즘 들어 부쩍 널리 쓰이게 된 듯싶다. ‘삐끼’는 원래 일본어 ‘히키[ひき(引き)]’에서 온 말이다. ‘히키’는 일본어 ‘히쿠[ひく(引く)]’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이 ‘히쿠’는 ‘끌다’는 의미를 가지는 말로 ‘客(きゃく)を 引く(ひく)’라고 하면 ‘손님을 끌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히키’는 ‘(손님) 끌기’라는 의미를 가지는 일본어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 문화체육부)에서 ‘히키(삐끼)’를 ‘끌기’로 순화한 바 있다.
    그러나 ‘삐키’는 ‘손님을 끄는 행위’보다는 ‘직업이나 부업으로 손님을 끄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더 널리 쓰인다. ‘(손님) 끌기’라는 순화어로는 그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삐끼’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슬쩍 다가가 업소를 소개하는 ‘찌라시’를 하나씩 돌리는 사람을 주로 가리킨다. 이전의 업소 앞에서 이상한 가발·가면을 쓰고 화려한 복장을 차려 입고 손님을 모으는 사람에게 ‘삐끼’라는 말은 쓰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여리꾼’이라는 고유어가 쓰인다.
    ‘삐끼’가 주로 젊은 층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슬쩍 접근해서 업소를 소개하는 사람만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데 이는 이러한 일이 신종 직업이나 부업으로 생겨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에서 앞에서 소개한 ‘여리꾼’이라는 고유어를 이 ‘삐끼’의 순화어로 사용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물건을 팔기 위하여 손님을 부르는 것’을 가리키는 ‘호객’을 사용해서 ‘호객꾼’이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 써도 괜찮을 듯싶다.


찌라시(지라시)[ちらし(散らし)] → 선전지, 낱장 광고

‘삐끼’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으로 ‘찌라시’가 있다. ‘찌라시’에는 업소의 위치, 가격 등이 적혀 있다. ‘찌라시’는 원래 일본어 ‘지라시[ちらし(散らし)]’에서 온 말로 ‘흩뿌리다’의 뜻을 가진 ‘지라스[ちらす(散らす)]’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따라서 ‘찌라시’는 ‘흩뿌리는 것’ 또는 ‘광고로 뿌리는 종이’를 가리킨다. 이는 순화어인 ‘선전지’, ‘낱장 광고’로 대신하여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 사용되는 일본어 가운데는 유행처럼 번져 가는 말이 적지 않다. 여기에서 다룬 ‘삐끼’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말이 유행처럼 널리 번져 가는 것은 튀고(?) 싶어하는 젊은 층의 심리를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고유어는 일본어를 사용했을 때보다 더 드러날 수 있게끔 한다. ‘삐끼’의 순화어로 제시한 ‘여리꾼’이 그러한 고유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