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의 어문 규범

호칭어 ‘님’에 대하여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언제부터인지 병원이나 은행, 백화점에 가면 ‘○○○ 씨’ 대신에 ‘○○○ 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김 과장님’, ‘홍 대리님’처럼 직급으로 부르던 호칭을 ‘홍길동 님’, ‘홍길순 님’으로 바꿔 부르겠다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홍길동 씨’보다는 ‘홍길동 님’이 듣기에도 좋고 모두 ‘님’으로 부르면 평등하다는 의미에서도 좋지 않으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님’은 컴퓨터 통신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컴퓨터 통신은 상대방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상대를 두루 높이는 뜻으로 ‘님’이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필요 때문이다. 그렇지만 컴퓨터 통신에서 ‘님’은 ‘홍길동’과 같은 사람 이름보다는 ‘푸른 하늘님’, ‘바다님’, ‘해바라기님’과 같이 사람을 가리키는 명사에 쓰이는 일이 많았다. 역사적으로도 ‘님’은 원래는 고유 명사 다음에는 잘 붙지 않는 말이었다. ‘홍길동 님’, ‘길동 님’, ‘홍 님’과 같은 예는 우리말이 담긴 역사적 문헌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님’이 붙는 경우는 ‘스승님’, ‘따님’, ‘달님’, ‘해님’, ‘하늘님’, ‘별님’과 같이 직위나 신분을 나타내는 말이나 자연물, 동식물을 인격화하여 높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사람 이름 다음에 ‘님’을 쓰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아직까지 ‘홍길동 님’과 같은 표현을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님’이 일반화되었다고 판단하여 ‘홍길동 님’과 같은 표현을 가능한 것으로 처리하였다. 이 ‘님’은 의존 명사이고 앞말과 띄어 쓴다는 점에서 ‘씨’와 같지만 ‘씨’보다는 높임의 뜻이 있는 말이다. 따라서 ‘님’에는 의존 명사 ‘님’과 접미사 ‘님’ 두 가지가 있다.

(명)(의) (사람의 성이나 이름 다음에 쓰여)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씨’보다 높임의 뜻을 나타낸다.
    ¶홍길동 님/ 길동 님/ 홍 님.

-님(접) ①(직위나 신분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높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사장님/총장님. ②(사람이 아닌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대상을 인격화하여 높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달님/ 별님/ 토끼님/ 해님.

‘님’의 뜻풀이를 보면 ‘님’은 ‘홍길동 씨’라고 부르기 어려운 경우에 쓰임을 알 수 있다. ‘홍길동 씨’라고 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경우에 ‘님’을 쓴다고 할 만하다. 병원이나 은행, 백화점, 컴퓨터 통신 등과 같이 상대를 함부로 낮출 수 없고 두루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님’을 즐겨 쓰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이다. 그렇다면 비교적 위아래가 분명한 회사에서 ‘님’을 두루 쓰자는 것은 그렇게 좋은 제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윗사람에게 윗사람 대접을 하고 아랫사람에게 아랫사람 대접을 하는 것이 예의에 맞듯이 걸맞은 호칭어를 쓰는 것 또한, 모두를 두루 높이는 것보다 예절에 맞는 일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