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의 어문 규범

‘*머물어’와 ‘머물러’의 차이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머물다’, ‘서둘다’, ‘서툴다’, ‘갖다’는 각각 ‘머무르다’, ‘서두르다’, ‘서투르다’, ‘가지다’의 준말이다. 그런데 본딧말인 ‘머무르다’, ‘서두르다’, ‘서투르다’, ‘가지다’에는 ‘-어/-아, -었-/-았-’과 같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연결되지만 준말인 ‘머물다’, ‘서둘다’, ‘서툴다’, ‘갖다’에는 모음 어미가 연결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표준어 규정 제16항 참조). 즉 ‘머무르다’, ‘서두르다’, ‘서투르다’, ‘가지다’에 ‘-어’가 연결된 ‘머물러’, ‘서둘러’, ‘서툴러’, ‘가져’는 가능한 말이지만 준말 ‘머물다’, ‘서둘다’, ‘서툴다’, ‘갖다’에 ‘-어’가 연결된 ‘*머물어’, ‘*서둘어’, ‘*서툴어’, ‘*갖아’는 불가능한 말이다.
    그렇다고 이 말을 국어에서 준말 다음에는 모음 어미가 연결되지 않는 규칙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말의 뜻은 준말에 모음 어미가 연결된 ‘*머물어’, ‘*서둘어’, ‘*서툴어’, ‘*갖아’가 비표준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준말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연결된 말이 언제나 비표준어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외우다’의 준말 ‘외다’는 ‘외어, 외었다’처럼 모음 어미의 연결이 가능하고 ‘조그맣다’는 ‘조그마하다’의 준말이지만 “글씨가 너무 조그매서 읽을 수가 없다.”와 같이 모음 어미가 연결되어 ‘조그매서(조그맣-+-아서 )’가 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모음 어미의 연결이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혼동이 없도록 했다.

1. 원칙

① 본딧말의 어간 형태가 달라짐: 모음 어미의 연결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예) 건들다(‘건드리다’의 준말) 건들어(×), 건들었다(×), 건드니(○), 건들고(○)
※ ‘건드니’는 ‘건들-+-니’와 같이 분석하여 모음 어미가 아닌 자음 어미가 연결된 것으로 해석한다. ‘ㄹ’받침을 가진 어간은 모두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② 본딧말의 어간 형태가 달라지지 않음: 모음 어미의 연결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예) 개르다(‘개으르다’의 준말) 갤러(○), 갤렀다(○), 개르니(○), 개르고(○)

2. 실례

‘건들다’류: 모든 ‘ㄹ’받침을 가진 어간으로 ‘건드니, 건드는, 건들고, 건들며…’로 활용한다.
예) 건들다(건드리다), 굴다(구르다), 까불다(까부르다), 깨뜰다(깨뜨리다), 꺼둘다(꺼두르다), 뒤까불다(뒤까부르다), 들까불다(들까부르다), 머물다(머무르다), 서둘다(서두르다), 서툴다(서투르다), 썰다(써리다), 쓸까슬다(쓸까스르다), 일다(이르다)

‘자그맣다’류: ‘ㅎ’받침을 가진 어간으로 ‘자그매, 자그마니, 자그맣소’로 활용한다.
예) 곱닿다(곱다랗다), 기다맣다(기다마하다), 기닿다(기다랗다), 아무렇다(아무러하다), 아스랗다(아스라하다), 자그맣다(자그마하다), 잗닿다(잗다랗다), 조그맣다(조그마하다), 커닿다(커다랗다)

‘마지않다’류: ‘마지아니하다’에서 준 말. ‘마지않아, 마지않으니, 마지않소’로 활용한다.
예) 마지않다(마지아니하다), 얼토당토않다(얼토당토아니하다)

나머지: 자음 어미의 연결만 가능.
예) 가직다(가직하다), 갖다(가지다), 내딛다(내디디다), 뉘웇다(뉘우치다), 문다(무느다), 및다(미치다), 부릍다(부르트다), 붓다(부수다), 빅다(비기다), 잡숫다(잡수시다), 지정닺다(지정다지다), 헗다(헐하다), 흖다(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