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부호의 이해

세미콜론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이번에는 쉼표 중 마지막으로 빗금의 용법을 살펴볼 차례인데 그 전에 먼저 흔히 세미콜론이라고 하는 ‘;’ 부호에 대해 몇 마디 설명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세미콜론은 ‘한글 맞춤법’의 문장 부호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문장 부호로 규정을 따르자면 국어에는 나타날 수 없는 부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세미콜론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쌍반점이라고 번역되어 쓰고 있는 세미콜론은 일종의 큰 쉼표로, 쉼표보다는 강하고 마침표보다는 약한 기능을 한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 부록 2의 문장 부호에도 포함되어 있고 최현배의 “우리말본”(1937)에도 예시된 바 있는 쌍반점은 북한의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에서는 반두점(제4항)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있던 쌍반점이 1988년 고시된 ‘한글 맞춤법’에서 사라진 것은 이 부호의 쓸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1) 저자는 마케팅 전략의 관점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 자사의 강점을 중심으로 한 기업 중심적 전략; 둘째, 철저하게 고객을 의식하는 고객 지향적 전략; 셋째, 경쟁사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경쟁 의식적 전략. 실제로는 이들 셋을 서로 연관된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보아야 한다.

(2) 남자, 여자; 늙은이, 젊은이

(3) 상점에는 무우, 배추, 시금치, 쑥갓 등과 같은 남새; 물고기, 미역, 젓갈 등과 같은 갖가지 수산물; 그리고 여러가지 과실들이 차있었다.(‘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의 예, 표기와 띄어쓰기 그대로 옮김.)

(1)는 대학 작문 책에 인용된 서평에서, (2)는 쌍반점의 사용을 주장하는 글에서, (3)는 북한의 ‘조선말규범집’에서 뽑은 예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장 부호가 대부분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쌍반점만을 굳이 문장 부호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어 보이기도 한다. 더군다나 북한에서도 쌍반점이 쓰이니 우리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위 예들 모두 쌍반점이 없어도 다음과 같이 고쳐 쓰면 별 문제가 없다.

(1′) 저자는 마케팅 전략의 관점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는 자사의 강점을 중심으로 한 기업 중심적 전략, 둘째는 철저하게 고객을 의식하는 고객 지향적 전략, 셋째는 경쟁사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경쟁 의식적 전략이다. 실제로는 이들 셋을 서로 연관된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보아야 한다.

(2′) 남자, 여자 : 늙은이, 젊은이

(3′) 상점에는 무우, 배추, 시금치, 쑥갓 등과 같은 남새와 물고기, 미역, 젓갈 등과 같은 갖가지 수산물, 그리고 여러 가지 과실들이 차 있었다.

위의 예처럼 쌍반점이 없어도 국어 문장을 쓰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쌍반점을 사용한 문장들은 국어다운 문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현재 문장 부호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쌍반점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규정에 없는 부호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규범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