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아수한’ 이별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2000년 6월에 남북 정상 회담이 있은 후, 민족 화해의 분위기는 9월에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던 올림픽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 남과 북이 한반도 깃발을 들고 나란히 입장하였으며 대회 중에는 서로 상대방 경기장을 찾아가 응원을 하는가 하면 선수촌을 방문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격려하기도 하였다. 이때 우리 측 배드민턴 선수가 북한 선수촌을 방문한 일이 있다. 북한 선수는 반가이 맞이하면서 어떤 종목의 선수인가를 물었다. 남쪽 선수는 ‘배드민턴’이라고 대답을 했다. 북한 선수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곧 “아! 바드민톤” 하고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보면 남과 북의 언어 차이는 그런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우리에게 낯선 북한 말을 소개하기로 한다.

‘곧은밸’은 ‘너무 단순하고 고지식한 사람을 비겨 이르는 말’이다. “가만히 지내보면 성님네 저 애가 갈범이라면 우리 저놈은 너구리라니까. 창억이가 곧은밸이라면 우리 저녀석은 남보다 내장이 열발은 더 길구 슬슬 사려졌을게요. 속에 무슨 생각을 품고 다니는지 무슨 꿍꿍이를 하는겐지 나두 모르는 때가 많다니까, 흐흐흐 … 녀석이 흉물이지요.”<“근거지의 봄”, 4·15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1, 43쪽> 등으로 쓰이는 말이다.

‘다리우다’는 ‘처지거나 늘어지다’의 뜻이다. “그것이 땀방울과 함께 떨어져 내렸다. 손수레는 점점 더 짐이 다리워왔다. 아직도 언덕받이길을 다 춰오르려면 한참 더 끌어야했다.” <“혁명의 려명”, 4·15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74, 137쪽>와 같이 쓰인다.

‘매생이’는 ‘로로 젓게 된 작은 배’이다. “하삼수평에서 강건너 세진평방향으로 더좀 올라가면 츠렁바위가 강심으로 내뻗친 가운데 채양버들이 무성한 후미진 강굽이가 있었다. 하삼수평의 조직에서 매생이를 거기에 대기시켜놓기로 되어있었다.”<“두만강 지구”, 4·15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1, 24쪽>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참고로 말하면 ‘매생이’는 남한 사전에는 ‘해조류의 일종’이라는 뜻밖에 없다. 북한 사전에만 있는 ‘츠렁바위’는 ‘험하게 겹쌓인 큰 바위’를 말한다. ‘강심’(江心)은 ‘강의 한가운데’를 가리키는 말로서 양쪽 사전 모두에 나와 있다.

‘면비교육’은 ‘교육 사업의 비용을 부형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교육’, 즉 ‘무상 교육’을 말한다. “여기도 지난날에는 오가자만 못지 않게, 아니 오가자보다 훨씬 더 복잡한 형세였다. 그런것을 김성주동무가 와서 불과 한해사이에 이처럼 혁명화된 농촌을 꾸려놓고 면비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것을 옆에서 보고 체험도 적지 않게 한 우리들은 왜 이 모양인가.”<“대지는 푸르다”, 4·15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1, 364쪽>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아수하다’는 ‘아깝고 서운하다’의 뜻이다. “내 오늘 마님한테 생원님이 떠날것 같다는 말을 했더니 마님 얼굴이 대번에 해쓱해지질 않겠어. 이건 헤여지기 아수해서 그러는거야. 헌데 서분인 나만 보면 싫다면서 가라구만 하니 이게 어디 될법이나 한 일이야!”<“김정호”, 강학태, 문예출판사, 1987, 127쪽>에서 예를 볼 수 있다.

금년 8·15 이산 가족 상봉 때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가족을 만난 사람들은 50년 만의 상봉이 단지 며칠로 끝났을 때 얼마나 아수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