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부호의 이해

빗   금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문장 부호에는 쉼표의 하나인 빗금의 용법을 다음과 같이 규정해 놓았다.

(1) 대응, 대립되거나 대등한 것을 함께 보이는 단어와 구, 절 사이에 쓴다.
남궁만/남궁 만 백이십오 원/125원
착한 사람/악한 사람 맞닥뜨리다/맞닥트리다

(2) 분수를 나타낼 때에 쓰기도 한다.
3/4분기 3/20

(1)의 규정은 빗금이 대응되거나 대등한 것을 짝으로 묶을 때 사용된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용법으로 (1)의 규정에 포함시킬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예가 있다.

(ㄱ) 주격 조사 ‘이/가’와 특수 조사 ‘은/는’은 구별해서 써야 한다.

(ㄱ)의 ‘이/가’와 ‘은/는’에 사용된 빗금은 대등한 기능을 가진 둘 이상의 형태를 보여 주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예는 따로 추가시킬 것이 아니라 (1)의 규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을 듯하다.(대응되거나 대등한 것, 또는 임의 선택 항을 짝으로 묶을 때에 쓴다.)
   (2)는 분수를 간편하게 나타내고자 할 때 쓰는 것으로 이 용법은 컴퓨터의 보급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빗금은 분수를 나타낼 때뿐 아니라 수량의 단위 표시를 할 때에도 쓰인다.

(ㄴ) 100미터/초, 1만원/개, 2,500원/100그램

(ㄴ)과 같은 쓰임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예로 이 용법도 빗금의 규정에 추가되어야 한다.(수량의 단위 표시를 할 때에 쓴다.)
   또 시를 인용할 때 행의 바뀜을 나타내기 위해서도 빗금을 쓴다.

(ㄷ) 산에 / 산에 / 피는 꽃은 / 저만치 혼자 피어 있네

이때의 빗금은 다른 경우와 달리 보통 빗금의 앞뒤를 띈다. 역시 이 용법도 규정에 추가되어야 한다.(시의 인용에서 행의 바뀜을 나타낼 때에 쓴다.)
   (ㄹ)에서처럼 연월일을 간편하게 나타낼 때에도 빗금이 사용된다. 문장 부호에서는 숫자만으로 연월일을 나타낼 때 마침표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빗금을 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를 추가해 주는 것이 좋다.

(ㄹ) 1999/3/1 (1999년 3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