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오용 사례

신문, 짧아서 아리송한 이야기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매일 아침 우리는 신문을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한다. 신문은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동향을 알려 주고, 갖가지 오락 기능을 제공하며, 소비자인 독자들에게 상품에 대한 안내를 해 준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제한된 지면 내에서 정확하고도 빠짐없이 전달하자니 지면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단어별로 띄어 쓰도록 되어 있는 맞춤법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예가 다른 매체보다도 유난히 많다. 특히 기사 제목에서 그런 경향이 강하다.

(1) 호프집 참사 ‘다잊은 인천시’(→호프집 참사 ‘다 잊은 인천시’)
(2) 연기 알것같아(→연기 알 것 같아)
(3) 강한미국표방땐(→강한 미국 표방 땐)

부사와 동사를 붙이고(1), 관형어와 의존 명사 거기에다가 형용사까지 한꺼번에 붙인다거나(2), 심지어는 단어 네 개를 나란히 붙여 제시하는(3) 등 일반 글에서는 볼 수 없는 기형적인 띄어쓰기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 기사의 제목은 기사 전체에서 다룰 내용을 단어 몇 개로 압축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간결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만일 본문의 문장처럼 구구절절 기사 제목을 쓴다면 제목 특유의 맛과 멋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압축미를 살리는 것을 넘어 국어 문장에 꼭 필요한 성분을 과감히 생략하여 기사를 처음 읽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는 것이 문제이다.

(4) 또 뒷전밀린 ‘경제’(→또 뒷전으로 밀린 ‘경제’)
(5) ‘安정통 출석’공방 정회소동(→‘安 정통부장관 출석’ 공방으로 정회 소동)
(6) 아들 섭섭 “교육비 돌려달라”(→아들에게 섭섭해 “교육비 돌려 달라”)

(4)는 조사 ‘으로’ 또는 ‘에’가 생략되었고, (5)는 ‘정보통신부장관’을 일반적인 약어형(정통부장관)보다 훨씬 줄어든 형태로 제시하였다. (6)은 자립적으로 쓸 수 없는 어근 ‘섭섭’을 서술어로 썼다.
   간략히 쓰려는 경향은 아래의 예와 같이 기사의 본문 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의존 명사가 자립적으로 쓰이고(때문인지), 어휘의 의미를 왜곡하며(‘고장’을 ‘고장나다’의 의미로 씀), 필요한 성분을 생략하는(300여명을 설문조사한) 등 수많은 국어의 변종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7) 그것은 자식인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때문인지(→그 때문인지) 내 문제만 해도 아버님이 하는 대로 맡겨 두었을 뿐
(8) 고장터빈들을(→고장난 터빈을) 고치는 데
(9) 청소년 300여명을(→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흔히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을 글을 많이 읽으라고 한다. 독서량이 유난히 적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래도 가장 많이 읽는 것이 신문이다. 그런 만큼 우리는 신문에 쓰인 글투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게 된다. 더 이상 지면상의 제약을 이유로 잘못된 국어 문장들이 매일 신문 지상에 버젓이 오르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