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성수가 나다’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2000년 6월의 남북 정상 회담 이후 남북한 사이에 교류가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정부 차원이나 민간 차원에서 적지 않은 만남이 있어 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이산가족의 만남은 우리에게 항상 새로운 감격과 함께 뜨거운 혈육의 정을 느끼게 한다. 2001년 2월 26일에서 28일 사이에는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 이산가족 제3차 상봉이 있었다.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50년 한을 녹이는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이번에도 지난번에 이어 우리에게 생소한 북한 말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고다’란 말이 있다. 이는 ‘큰소리로 시끄럽게 떠들다’의 뜻이다. “《창범이가 이런 일에 나다녀? 자네 영웅은 영웅이야. 한데 보통 떼군인줄 알구 허술히 대했거든. 이사람 나무람하지 말라구?》 늙은이는 주창범의 팔을 잡아올리고 법석 고았다.” <“그리운 조국 산천”, 박유학, 문예출판사, 1985, 322쪽>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여기에서 ‘떼군’은 ‘때목을 모아서 흘러가는 물아래로 내려보내는 사람’이다.

그지간’은 ‘그렇게 지나간 사이’라는 뜻이다. “《숙부님, 그지간 기체 편안하십니까?》 경문이 침상앞에 가 넙적 꿇어앉으며 절을 하자 상춘은 놀란 듯이 상반신을 일으켰다.” <“두만강 지구”,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0, 350쪽>의 예를 들 수 있다.

드살’은 ‘남에게 녹녹히 굽혀들거나 주어진 환경에 맥없이 순종하지 않고 남을 휘여잡으며 드세게 구는것’을 말한다. “《병규동무도 드살이 센 녀자들속에서 좀 치여봐야 해. 그래야 세상이 얼마나 무섭다는것을 알게 된단말야.》” <“고난의 행군”,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76, 272쪽>의 예가 있다.

모대기다’는 ‘(괴롭거나 안타깝거나 하여)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움직이다’의 뜻이 있는 말이다. “참된 사람, 참된 삶, 참된 사랑, 내가 동경·상해로 떠돌아다니며 몸부림속에 탐구하던 그 모든것이 김성주동무의 말속에 집약되여있었다. 사흘을 모대기다가 나는 짐을 꾸려서 신안툰으로 갔다. 3편의 시와 함께 낡은 원고들을 불사르고 새 노트를 장만하였다.” <“대지는 푸르다”,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1, 63쪽>와 같이 쓰인다.

성수가 나다’는 ‘일이 잘되여 신이 나서 기세가 오르다’의 뜻으로 쓰인다. “밤떡장사는 신문지로 오가리를 해들고 향옥을 지켜보더니 성수가 나서 수작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그리운 조국 산천”, 박유학, 문예출판사, 1985, 121쪽>와 같이 쓰인다. 여기에서 ‘오가리’는 종이 등을 말아서 나팔 모양으로 만든 것을 이르며 ‘성수’는 우리말로는 ‘신명’에 해당되는 말이다.

2001년에는 남북한이 그지간의 반목과 불신을 털어 버리고 통일을 향한 큰길로 성수가 나게(?) 달려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