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인이 접수하는 세상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입학 철이자 취업 철이다. 진학하거나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쁜 계절이다. 언론사에서도 입학이나 취업에 관련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보도된 내용의 일부를 보자.
이러한 보도를 대하는 사람들은 고개를 두 번 갸우뚱하게 된다. 우선 이를 보도한 이가 '접수하다'라는 뜻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용했는지, 그다음 '접수하다'를 정확히 쓴 것이라면 정말 신청인이 접수처에 가서 접수해야 하는지 궁금해서다.
'접수(接受)하다'란 "신청이나 신고 따위를 구두(口頭)나 문서로 받다." 또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다."이다. 그러기에 접수하는 쪽에서 접수 마감 일시를 정하고, 접수한 순서대로 접수 번호도 매기는 게 아닌가. 정해진 서류를 들고 와 접수 창구나 접수대에 들이미는 사람, 또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사람은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 '제출하거나/내거나, 접수시키는' 것이다. 내용에서 나타난 정황으로 보건대 (1)은 '제출하여/내어', '접수시켜'로, (2)는 '신청한다'로 각각 고쳐야 할 것이다.
입학이나 취업 관련 보도 외에도 '접수하다'를 '제출하다/내다'·'신청하다'·'접수시키다'와 동일시하여 쓴 예는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3)은 '신청하는', '접수시키는'으로, (4)는 '신고한' 또는 '신청서를 제출한/낸'으로, (5)는 '진정서를 제출하려는/내려는'으로 고쳐야 실제와 부합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젠 '접수하다'와 '제출하다/내다', '신청하다'를 반듯하게 제대로 가려 쓰는가의 여부가 그 기관의 공신력을 가늠하는 한 잣대가 될 것 같다. 다음은 '접수하다'를 정확히 쓴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