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발음법의 이해]

숫자의 발음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수사는 어원적으로 ‘하나, 둘, 셋’과 같은 고유어계 수사와 ‘일, 이, 삼’과 같은 한자어계 수사로 나뉜다. 사전에는 십진법에 따라 일 단위, 십 단위, 백 단위 등의 고유어계 및 한자어계 수사가 표제어로 올라 있다. 상이한 단위가 결합된 ‘열하나, 백이십삼, 만삼천육백칠’ 등은 의미 파악을 쉽게 하기 위하여 ‘만’ 단위로 띄어 쓴 것일 뿐 한 단어는 아니다. 그러나 숫자와 숫자가 이어져 한 단위로 발음되면서 여러 음운 변화를 겪게 된다.
  흔히 ‘하나(일)’에서 ‘열(십)’을 이어서 셀 때에도 단어와 단어가 이어지면서 몇 가지 음운 변화를 보인다.

(1)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2)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
  (1) ‘셋’은 ‘넷’ 앞에서 비음화되어 [센]이 되고 ‘넷’과 ‘다섯’이 한 단위로 이어질 때에는 ‘다섯’이 된소리가 된다. 또한 ‘다섯’과 ‘여섯’ 사이, ‘일곱’과 ‘여덟’ 사이, ‘아홉’과 ‘열’ 사이에서는 ‘ㄴ’ 소리가 첨가되고 앞 단어의 마지막 받침들이 모두 비음화된다. 표준 발음법 제29항 붙임 2에서는 이렇게 두 단어를 이어서 한 마디로 발음하는 경우에 ‘ㄴ(ㄹ)’을 첨가하여 발음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2) 한자어계 수사 ‘일’과 ‘이’ 사이에서도 ‘ㄹ’ 소리가 첨가되어 발음된다. [오륙]과 같이 ‘오’와 ‘육’ 사이에서 첨가되는 ‘ㄹ’은 ‘육’이 ‘오’와 이어지면서 두 번째 음절 이하에 오게 되어 두음 법칙에 따라 ‘륙’으로 소리가 나는 것일 뿐 ‘ㄹ’ 소리 첨가와는 다른 현상이다.
  앞의 예에서도 보듯이 ‘여섯’, ‘여덟’은 자음으로 끝나는 수사 뒤에 이어져 나오면 ‘ㄴ’ 소리 첨가가 항상 일어난다. ‘열’과 ‘여든’이 결합하는 수사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3)   열여섯[열려섣], 스물여섯[스물려섣], 서른여섯[서른녀섣], 여든여섯[여든녀섣], 백여섯[뱅녀섣], 천여섯[천녀섣] / 마흔여덟[마흔녀덜], 쉰여덟[쉰녀덜], 예순여덟[예순녀덜], 만 여덟[만녀덜] / 백열[뱅녈], 천열[천녈], 만 열[만녈] / 백여든[뱅녀든], 천여든[천녀든], 만 여든[만녀든]
  ‘열’과 ‘스물’은 ‘ㄷ, ㅅ’으로 시작하는 수사의 첫소리를 경음화하기도 한다.
(4) 열둘[열뚤], 열셋[열쎋], 열다섯[열따섣] / 스물둘[스물뚤], 스물셋[스물쎋], 스물다섯[스물따섣]
    이 ‘열’은 ‘여덟’과 함께, 뒤에 오는 명사의 첫소리를 경음화한다.
(5)   열 개[열깨], 열 장[열짱], 열 병[열뼝], 열 사람[열싸람] / 여덟 개[여덜깨], 여덟 장[여덜짱], 여덟 병[여덜뼝], 여덟 사람[여덜싸람]
  명사 ‘위, 아래, 뒤’도 ‘열, 여덟’처럼 ‘윗집, 윗사람, 아랫사람, 아랫집, 뒷다리, 뒷심’에서와 같이 함께 결합하는 뒤 소리를 된소리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