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문학 작품 속의 방언 어휘

이태영(李太永) / 전북대학교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서 구사하는 방언은 대개는 작가 고향의 방언이거나 작가가 오랜 동안 익힌 방언이다. 작가는 전문적으로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방언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방언에서 사용되는 어휘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며, 방언이 사용되는 문장을 비교적 정확하게 제시한다. 많은 작가들이 작품에 방언을 사용하기 위하여 방언 조사를 면밀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공자들보다 지역 방언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문학 텍스트를 활용하여 어휘의 예를 정밀히 관찰하면 이 방언에서 쓰이는 어휘의 뜻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라 방언에서 주로 쓰이는 ‘사운대다, 사운거리다, 사운사운’ 등은 표준어에 없는 이 지역의 방언이다. 기존의 어휘 해설집을 보면 ‘사운대다, 사운거리다’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소리 내다.’의 의미로 해설하고 있다.

밖에 나서서는 南녘의 대수풀 사운거리듯 房에 들어선 蘭艸만양 점잖게 앉는 <서정주, 福받을 處女>
겨울바다로 뻗은 그 푸른 가지 솨…솨… 그 가지와 함께 사운거리고서 <서정주, 雨中有題>
잎들이 쓸리는 소리도 스산하게 서걱거리는 것이 아니라 보드랍게 사운거렸고, 햇살이 퍼져오면 참새 떼들의 활기 찬 짹짹거림은 소나기 쏟아지듯 대숲을 온통 흔들어댔다. <조정래, 아리랑4,49>
바람이 부는 기미라고는 없는데 대숲이 소곤거리듯 읊조리듯 사운거리고 있었다. <조정래, 아리랑7,277>
깊은 정적 속에서 여리고 보드랍게 여울 짓는 대숲의 사운거림은 어떤 소리가 아니라 무슨 향내 같기도 했다. <조정래, 아리랑7,277>
사르락 사르락 댓잎을 갈며 들릴 듯 말 듯 사운거리다가도, 솨아 한쪽으로 몰리면서 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최명희, 혼불1,11>
  위의 작품만을 읽고 ‘사운거리다’의 뜻을 파악하게 되면 대체로 나뭇잎이 바람에 일렁이면서 소리는 내는 것으로 해석하기 쉽다. 그러나 다른 작품을 더 검토해 보면 다음과 같이 다양한 쓰임을 확인할 수 있다.
빗방울에 싸여서 山茱萸에 내리면 山茱萸꽃 피여서 사운거리고 <서정주, 내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막 산수유꽃들이 사운사운 노랗게 잎도 없는 마른 가지에서 피어날 무렵 <최명희, 혼불8,79>
철새 나는 하늘을 무서리 나려 풀벌레 사운대는 밤은 정작 고요도 한저이고 <신석정, 秋夜長古調>
궂은비로 추적추적 내리기도 했고, 가랑비로 사운사운 날리거나 이슬비로 가늘가늘 뿌리다가 느닷없이 천둥이 울리고 번개를 치며 폭우를 퍼부어 대기도 했다. <조정래, 아리랑2,49>
실비가 건듯 스쳐가고, 가랑비가 사운거리며 한식경씩 내리고 이슬비가 함초롬히 솔잎을 적시다 가면 <조정래, 태백산맥8,296>
  위의 예에서 보면 ‘사운거리다’의 용례에는 그 앞에 ‘보드랍게, 소곤거리듯 읊조리듯, 들릴 듯 말 듯’과 같이 ‘사운거리다’의 움직임의 강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수식어들이 보인다. 또한 사운거리는 주체가 ‘풀벌레, 꽃, 대숲, 가랑비’ 등 자연 안에 있는 여러 생물과 현상들까지 확충되는 것을 알 수 있고, 그것들이 사운거리는 모습을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전라 방언의 ‘사운거리다, 사운대다’는 바람뿐 아니라 ‘풀벌레, 꽃 대숲, 가랑비’ 등 다양한 자연물과 자연 현상이 그 주체가 되고 이들이 작용하여 내는 작은 소리뿐 아니라 그 밖에도 작용의 모습이나 강도까지도 묘사하는 것으로서 문맥에서 뜻폭이 아주 넓게 쓰임을 알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