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다. 그러나 이처럼 ‘서울말’이 표준어 규정의 중요한 준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서울말이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의 대상이 된 경우는 드물었다. 더구나 광복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해 여러 지역으로부터 인구가 서울로 유입되면서 서울 토박이말을 사용하는 공동체의 해체가 가속화되었고, 그로 인해 서울 토박이말의 화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였다.
또한 서울 토박이말과 표준어 간에 차이가 벌어지면서 ‘서울말’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표준어 규정에서 말하는 서울말의 실체가 점차 모호해지면서, ‘서울’이라는 공간은 있지만 정작 ‘서울말’은 ‘사어(死語)’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예컨대, 1997년 3월부터 9월까지 국립국어연구원에서 4대째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 토박이말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표준어의 근간인 서울말의 실제 쓰임은 표준어 및 표준 발음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다. 조사 대상자 전원이 지하철 2호선 안내 방송에서 ‘선릉’을 ‘설릉’이라고 발음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실제 쓰이는 서울말과 표준어 규정 간의 괴리가 지속된다면 일관된 표준어 정책을 수행하기가 어렵게 될 수밖에 없었다. 표준어 정립을 위한 자료 보존과 연구의 차원에서 서울 토박이말 실태 조사는 시급하고도 긴요한 과제였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1997년 12월, 국립국어연구원은 사라져 가는 서울 토박이말을 조사한 “서울 토박이말 자료집(Ⅰ)”을 발간하였다. 이 책에 실린 자료들은 주로 서울시 종로구와 중구에서 나고 자라 5대 이상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서울 토박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작성된 것이었다. 여기에는 표준어와 음운 규칙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질문지에 대한 29명의 응답 결과와 15명이 참여한 1시간 가량의 자연 발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바탕으로 조사 작업을 계속하여 1998년 12월에는 서울말의 어휘와 문법을 조사한 “서울 토박이말 자료집(Ⅱ)”이 발간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1. 어휘, 2. 문법, 3. 추가 항목, 4. 항목 색인, 5. 방언형 색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울 토박이말 자료집(Ⅰ)”에서 누락되었던 어휘와 문법 분야를 포함하여 음운, 어휘, 문법 등 전 층위에 걸친 서울 토박이말의 실태를 조망할 수 있게 하였다.
이어서 1999년에는 기존 사전에서 정의된 표준 어형 420개 항목을 중심으로 질문지를 작성했고, 2000년에는 이것의 서울 토박이말 어형을 조사하여 “서울 토박이말 자료집(Ⅲ)”을 발간하였다. 그리고 2001년부터는 기존의 조사 대상이 주로 70~80대의 연령이었던 것에 변화를 주어 40~50대 서울 토박이들의 음운 현상을 조사함으로써 서울말의 세대별 변천 과정을 알 수 있게 하였다. 2001년에 “서울 토박이말 자료집(Ⅳ)”이 발간되었다. 이후 2008년에 그동안의 자료를 정리한 “서울 토박이말”이 공식적으로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