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 제2조는 “국가와 국민은 국어가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국어의 보전과 계승은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 확립 및 문화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등을 거치면서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직업들이 없어지거나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고유한 생활어나 전통 직업어의 상당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미미한 실정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국립국어원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에 걸쳐 기층 생활어 및 직업어를 조사⋅발굴하는 민족 생활어 조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인의 생활 현장 곳곳에서 쓰이는 말의 모습을 관찰⋅기록하여, 삶과 문화를 표현하고 있는 다양한 어휘를 발굴하고 전승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 이렇게 조사된 어휘들은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완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됨은 물론, 분야별로 자료를 축적하여 “민족 생활어사전” 편찬 작업에도 이용될 계획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구술 자료와 음성 분절 파일 및 전사 파일, 그리고 멀티미디어(사진, 동영상) 자료를 축적하여 국어문화체험관 설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사업에 착수한 첫 해인 2007년에는 전국 6개 권역 26개 지점에서 34개 분야, 71명의 제보자를 대상으로 조사 작업을 진행하여 그 결과를 10권의 보고서로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제보자의 생애 구술 자료와 조사된 어휘에 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조사 대상물에 대한 세부 명칭이나, 그것의 제작 과정에서 활용되는 용어를 정밀하게 조사하여 수록했으므로 전통 생활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 민족 생활어의 조사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고서 명 | 조사 지역 | 조사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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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민족 생활어 조사 1 | 제주 | 해녀, 어부, 민속주 |
2007년도 민족 생활어 조사 2 | 경북 북부 | 제례 음식, 혼례 음식, 향토 음식 |
2007년도 민족 생활어 조사 3 | 전북 전주 | 전통 건축 |
2007년도 민족 생활어 조사 4 | 경북 영덕, 칠곡, 문경 | 육지 해녀, 미역 채취업, 어부, 옹기장, 대고장, 유기장 |
2007년도 민족 생활어 조사 5 | 경북 성주, 경산 | 세시 풍속, 민속놀이, 짚공예, 소목장 |
2007년도 민족 생활어 조사 6 | 전북 부안, 순창 | 김치, 젓갈, 장아찌 |
2007년도 민족 생활어 조사 7 | 강원도, 경기 가평 | 심마니, 한지장이, 광부 |
2007년도 민족 생활어 조사 8 | 경남 김해, 울산, 부산 | 옹기장, 사기장 |
2007년도 민족 생활어 조사 9 | 충남 금산, 대전 | 금산 지역 생활어, 대장장이, 무속인, 단청장 |
2007년도 민족 생활어 조사 10 | 전남 담양 | 참빗장, 죽렴장, 부채장, 채상장, 악기장 |
이어 2008년에는 제주, 경북, 서울ㆍ경기, 대구, 경남, 충북, 강원, 경기, 경남, 전남의 10개 지역에서 ‘김치’ 관련 생활 어휘를 비롯한 11개의 생활어 및 공통 주제에 대한 어휘를 조사했다. 그리고 2009년에는 ‘떡’과 관련된 생활 어휘를 포함한 전통 생활어 및 직업 생활어 관련 10개의 주제를 선정하여 10개 지점에서 조사했다. 이어 2010년에는 어촌 기초 어휘 및 어촌 직업 생활어 관련 4개의 주제에 대해 동ㆍ서ㆍ남해안과 제주도 등 4개 지점에서의 조사 활동을 전개하였다.
앞으로도 국립국어원은 동일 항목에 대한 어휘의 각 지역별 차이를 주제로 하여 조사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실제 생활 현장에서 언중이 사용하는 생생하고 다양한 어휘를 발굴하고, 서로 다른 집단별, 직업별, 영역별 생활어 자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국어 문화유산 보존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