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의 언어 취약 계층에 대한 국어 교육은 장애인이 원활한 언어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점자와 수화를 비롯한 특수 언어 표준화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특수 언어 표준화 지원 사업은 시⋅청각 장애인들의 의사소통 수단인 점자와 수화를 어문 정책 차원에서 표준화하여 보급함으로써 장애인들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아래, 2005년에는 한국 점자 규정(1997. 12. 17. 고시)을 시대 변화에 맞게 개정⋅고시했으며, 글쓰기 관련 도서를 점자로 번역하여 시각 장애인 단체 및 개인에게 배포하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장애인 언어 사용 실태 조사, 특수 언어 사전과 교재의 편찬, 특수 언어 교육 및 대중화를 위한 방송 콘텐츠 개발과 누리집 구축 작업 등이 이루어졌다.
청각 장애인이 일상적인 언어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약 7,000~8,000개의 수화 단어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청각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의 기본 어휘는 대략 2,000개로, 이는 초등학생 수준의 의사 표현만 가능한 정도이다. 이에 문화관광부와 한국 농아인 협회는 2000년부터 이러한 청각 장애인의 제한적인 언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표준 수화 규범 제정 사업’을 추진하였다.
수화는 일반적인 국어의 구조 및 의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므로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한국어 대응식 수화 낱말 중에는 장애인들의 자연 수화와는 전혀 다른 국어를 그대로 직역하여 왜곡된 것들이 많았다. ‘한국 표준 수화 규범 제정 사업’ 7개년 계획은 이러한 현상을 바로잡고, 청각 장애인들이 오랜 세월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전해 왔던 수화를 표준화⋅체계화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수화 문형 사전”은 바로 그 최종 결과물로서 2007년에 국립국어원과 한국 농아인 협회가 공동으로 발간한 것이다. 이 사전의 편찬 작업에는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 문장 5,028개를 모아 그 구성 성분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작업에는 수도권 11명, 강원권 6명, 충청권 10명, 호남권 14명, 영남권 17명 등 모두 58명의 수화 능력이 우수한 장애인들이 참여하였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촬영 조사와 면접 조사에서 그들이 사용한 문장의 분석 내용을 전문가들이 세밀하게 분석하였다. 이 문장 검토 작업은 한국 농아인 협회 16개 시도협회와 23개의 농학교에서 추천한 9명을 포함하여 모두 21명의 심의위원이 맡았고, 이 과정에서 농인 사회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자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한국 표준 수화 규범 제정 사업’의 제1단계(2000년~2006년) 계획이 완료되었으며, 이후 제2단계(2007년~2011년) 계획 수립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이어 2007년에는 영동대 산학렵력단과 함께 시각 장애 유아용 점자 학습 도서인 “신나는 점자놀이”를 발간하였다. 일반 유아들은 다양한 종류의 책을 통해 문자를 비롯한 많은 정보를 얻는 데 반해, 시각 장애 유아들은 그 경로가 매우 제한되어 있어 문자 생활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시각 장애인들이 청각, 촉각, 미각을 사용한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문자를 익힐 수 있도록 고안되었으며, 기본 점자 및 노래가 수록된 시디(CD), 6점의 점자 위치를 알려주는 음성 장비(키트)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한편, 2008년 1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4개월간 청각 장애인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청각 장애인의 언어 사용 실태 연구가 진행됐다. 조사는 등록된 청각 장애인 203,324명을 모집단으로 성별, 지역별, 연령별, 층화 표집(stratified sampling : 모집단을 층으로 나눠 표본을 추출)의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는 2009년 3월 “청각 장애인의 언어 사용 실태 연구” 보고서에 수록되었다. 연구 결과는 차후 특수 언어 관련 연구 사업에 반영되었다.
2009년 발간된 4종의 수화 책자(“의학 수화”, “정보 통신 수화”, “일상생활 수화”, “한국 수화 2”)는 청각 장애인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해 국립국어원과 한국 농아인 협회가 함께 발행한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청각 장애인의 언어생활을 돕기 위한 사전이 편찬된 바 있었다. 6,800여 개의 표제어가 등재된 “한국 수화 사전”(2005)이 그것이다. 이 사전의 편찬을 위해 국내외 각종 자료를 망라하여 표제어를 선정하고 한국 농아인 협회, 청각 장애 특수 학교, 대학에 설치된 특수 교육과 등 관계자들의 검토와 공청회 개최를 통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표제어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나 구로 제한되어 있어 청각 장애인의 언어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2007년에는 좀 더 폭넓은 일상 언어와 전문 분야의 용어를 포함한 수화 사전을 새로 편찬하기 위한 작업이 전개되었다.
그 결과, 같은 해에 법률, 교통 두 분야의 수화 사전이 편찬되었고 2008년에는 정보 통신, 의학 부문의 필수 용어를 선정하여 수화를 새로 만들거나 표준화한 “의학 수화”(의학 용어 1,180개 수록)와 “정보 통신 수화”(정보 통신 용어 601개 수록)가 발간되었다. 또한 지금까지 표준화한 단어에 포함되지 않은 일상생활 수화 단어를 모은 “일상생활 수화(2)”(일상용어 2,065개 수록)도 발간되었다.
한편, “한국 수화2”는 수화의 보급과 교육을 위해 개발된 수화 표준 교본으로 집 구하기, 초대, 요리, 시장 보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수화를 수록한 것이다. 이 책은 수화가 그 나름의 문법과 규칙을 지닌, 한국어와는 다른 구조로 된 언어임을 강조하였다. 그 때문에 이 책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 5종의 구성 체제와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이 책은 청각 장애인과 그 가족, 농학교 교사 및 수화 통역사를 비롯한 수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본격적인 수화 회화 교재로서 좋은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
[그림 7-3] “의학수화”, “정보 통신수화”, “일상생활수화(2)”, “한국 수화 2” 표지
2009년 6월 6일부터 12월 27일까지 교육방송(EBS)에서 방영한 “함께 배우는 한국 수화 1” 프로그램 역시 일상에 필요한 기본 수화 교육을 위해 개발된 것이었다. 이 방송은 독립된 언어로서 고유한 문법을 가지고 있는 수화에 대한 체계적인 강의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30주 동안 총 60강으로 기획되었다. 인사, 자기소개, 쇼핑, 교통편 묻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수화를 그 내용으로 다루었다. 수화 인식 개선 캠페인 영상과 수화 동아리, 온라인 동호회 등의 활동 소개 영상도 함께 제공되었다.
또한 점자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실제적인 점자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누리집인 “점자 세상” (www.braillekorea.org)도 개설되었다. 이는 국립국어원과 하상장애인복지관이 함께 구축⋅운영하며 한글 점자와 세계 점자의 소개, 점자 학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영어에 대한 점자 번역, 점자에 대한 한국어⋅영어 번역을 수행하는 점역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특징이 있다. 이를 통해 인력난에 시달리는 점자 번역 교정사 분야의 인력 양성을 도모하는 한편, 일반인들도 점자를 쉽게 익힐 수 있게 하였다.
[그림 7-4] ‘점자세상’ 누리집
2009년 11월 18일에는 ‘한국 수화 발전 및 수화 사용 인구 확충 방안 수립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또한 2010년 4월에는 수화 단어 9600여 개의 동영상으로 구성된 ‘수화 웹 사전’이 국립국어원 누리집을 통해 개통되었다. 이는 2000년부터 제정해 온 표준 수화 규범 가운데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어를 모아 만든 것으로, 동영상 외에도 단어의 뜻과 수화 삽화, 동작에 대한 설명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장애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교사를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수화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국립국어원은 수화 중급 교재 및 점자 규정 개정 기초 연구 등 장애인의 특수 언어 표준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